양약에도 사상의학 통할까//한겨레신문 2009년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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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 양약에도 사상의학 통할까 [건강2.0]

지난 24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전체적 맞춤의학으로서의 사상의학 이라는 주제로 국제체질의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전체 의학의 발달 이후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을 달리 쓰겠다는 맞춤의학이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체질에 따라 약을 달리 쓰는 사상의학이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으니 적어도 임상의학에서는 우리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한국의 보약인 인삼은 몸이 차가운 소음인에게는 무척 좋은 약재이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로 열이 오르고 설사를 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꿀, 황기, 계피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소화 기능을 강화하고 몸의 냉기를 없애주는 이 약재들이 몸에 열이 많은 체질에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쯤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민간 상식 수준에서는 확실히 우리나라가 맞춤의학의 선도국임을 보여준다 하겠다.

다른 예로 또 하나의 유명한 보약인 녹용은 폐의 호흡 기능이 약한 태음인을 위한 약재로서 음인들에겐 좋다. 하지만 소양인과 태양인은 열이 오르거나 수분이 고갈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맥문동, 오미자, 갈근(칡뿌리) 등도 모두 녹용과 함께 폐 기능을 강화하는 약으로서 양인들은 쓰지 않는 편이 좋다.

반면 아이들 보약으로 유명한 육미지황탕의 주요 재료인 지황은 소양인의 신장 기능을 보강하는 약재로서 음인들이 오래 먹으면 소화 기능이 약해지거나 설사를 일으킨다.

산수유, 구기자, 복분자 등 정력에 좋다는 약재들이 대개 소양인을 위한 약재들인데 이는 소양인이 비뇨생식기능이 대체로 약한 체질이기 때문이다. 이 약재들은 모두 몸이 차가운 소음인에게 가장 자주 큰 부작용을 일으키고 태음인에게도 종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사상체질의학의 효용은 양약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에페드린이라는 약은 기관지 병증에 굉장히 효과가 좋은 약이지만 안타깝게도 부작용 또한 강해서 쓰는 데 제한이 있다.

그러나 주요 성분이 에페드린인 한약재 마황이 주요 약재로 쓰인 처방에 대해 체질별 반응을 살펴본 결과, 유독 태음인만은 에페드린 함량의 기준치를 넘겨 투약했음에도 부작용 발생 비율이 10% 미만으로 눈에 띄게 낮았다.

양약들도 체질적 차이를 고려해 적정 용량과 복용법 등 약물 투여 지침을 새롭게 마련한다면, 약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능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인도, 중국의 전통체질의학의 유전체 연구 현황에 대해 각국 학자들이 발표했다.

앞으로 이런 연구가 좀 더 진행된다면 우리나 후손들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전통체질의학의 혜택을 보는 시대를 맞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기사등록 : 2009-04-27 오후 08:06:08
기사수정 : 2009-04-27 오후 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