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원인 알아야 뿌리 뽑는다(한겨레신문.09.6.1)
[건강36.5] 두통, 원인 알아야 뿌리 뽑는다

어빈 얄롬이 지은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소설을 보면 니체가 편두통으로 얼마나 큰 괴로움을 겪었는지 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니체의 편두통이 삶의 색깔과 글의 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됐다. 두통은 아주 흔하면서도 다루기 어려운 병증이다. 텔레비전 광고만 보더라도 두통약 광고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증상을 다스리는 약으로서 두통약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두통의 근본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결을 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매우 적다. 종양과 같이 특별한 질병 때문에 생긴 두통은 의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뇌혈관이 팽창하면서 두통이 생긴다는 설이 있으나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는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한의학에서 알고 있는 소화기성 두통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체했을 때는 대개 머리가 아프다. 과음한 다음날도 속이 불편하면서 머리가 아프다. 공부하는 사람 가운데는 오후 4~5시쯤이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 밤에 이를수록 심해지는 사람도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위장이 괴로워서 오는 두통이었다. 한창 배고픈 학생이 오후 4~5시면 과자나 라면을 먹곤 했다. 자장면, 방부제 섞인 막걸리, 게다가 담배 연기 등도 위장을 괴롭히는 공범들이었다.

이런 유형의 두통을 겪는 사람들은 대개 위장 기능이 약하고 뱃속이 차가운 체질로서 얼굴빛도 희거나 푸르다.

이와 반대로 열성 두통도 있다. 인삼을 먹으면 얼굴에 열이 오르면서 머리가 아픈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평소 위장 운동이 활발하고 몸에 열이 많으며 얼굴도 검붉은 체질이다. 이들이 오히려 열성 음식을 많이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이유로 그 속 열이 과다해지면 열기가 위로 치솟으면서 두통이 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유형의 두통인지는 얼굴빛으로도 대략 알 수 있다.

이 밖에 심장 기능이 약해서 가슴 두근거림, 불면, 가슴 통증 등과 함께 오는 심장성 두통이 있다. 또 척추의 굴곡 이상, 자세의 뒤틀림, 정신적 긴장 등 때문에 뒷목, 어깨, 등 부분의 근육이 굳어 생기는 긴장성 두통도 있다. 즉 두통의 원인은 온몸 각 부분에서 다 찾을 수 있다.

이런 두통에 대해 근본 치료를 하지 않고 진통제를 먹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잘못하면 평생 두통을 끌어안고 사는 방법이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2009-06-01 오후 07: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