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리포트] ‘졸음 발작’ 기면증 치료단서 찾아 (한겨레신문 09.5.11)
[의과학리포트] 기면증 치료단서 찾아

미 스탠퍼드대학 연구팀 세포 오작동서 비롯

오철우 기자

기면증이 발작하면 한낮에도 갑자기 수면 상태로 빠져들고, 이때에 격한 흥분과 함께 몸에 힘이 빠지고 움직이기 힘든 탈력발작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기면증의 원인은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마땅한 치료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이매뉴얼 미노트 교수 연구팀은 최근 기면증이 뇌 수면중추(수면을 관장하는 뇌 부분)에 있는 세포들을 면역계의 티(T)세포가 잘못 공격함으로써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유전학적 증거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동안에도 기면증이 면역계 이상과 연관돼 있다고는 여겨져 왔으나, 치료 단서가 될 만한 증거가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사람 유전체(게놈) 중에서 기면증을 일으키는 데 관련된 영역을 찾고자 광범위한 유전체 조사를 벌였다. 그래서 기면 증세가 있는 유럽과 아시아계 사람들의 유전자에서 동일한 유전자 변이 3개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는 티세포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도와 티세포가 사람 몸에 들어온 특정한 외부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하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변이가 기면증 발병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았다. 유전자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티세포 수용체가 외부 물질을 잘못 인식하는 바람에 티세포가 수면중추의 세포들을 공격하게 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에다 감염 같은 환경 영향으로 티세포가 잘못 활성화하면 면역계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기면증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티세포에 있는 특정 수용체의 활성을 막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영국의 수면장애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기면증 환자들이 면역계 기능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변이를 똑같이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뒷받침하면서도 하지만 질병이 단 하나의 요인 탓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기사등록 : 2009-05-11 오후 11: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