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법, 체질개선이 효과적 (2010.11.26 동아일보)

소화불량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법, 체질개선이 효과적


과거 결핵성 늑막염을 앓았던 40대 후반의 가정주부인 정모씨는 1년 동안 결핵약을 먹은 뒤로 소화기능이 좋지 않아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았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뚜렷한 진단이 나오지 않고 ´위장이 약하다´, ´신경성이다´라는 설명 뿐이었고, 병원을 옮겨 대학병원에서 받은 진료결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치료를 받았으나 잠시 좋아지는 것 같더니 다시 불편해졌다고 한다.

˝소화제와 지사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다행히 대변 횟수가 하루 3~4회로 다소 줄었어요. 하지만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해 뭔가 배에 가스가 꽉 차 있는 느낌에 불편했어요. 자주 트림이 나오고 방귀가 나와 외출을 하기가 겁이나 결국 수소문 끝에 한의원을 찾았어요.˝

진단 결과 위장의 양기가 부족하여 속이 냉하고 장의 운동기능이 감퇴한 경우였다. 이에 수개월동안 한약을 투여하여 위장의 양기를 회복하고 장의 운동기능을 증강하였으며 더불어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위주로 식사하고 차갑게 하는 음식은 삼가게 했다. 그 결과 이제는 소화제나 지사제의 도움 없이도 속이 편안하고 대변은 하루 한번 정상적인 변을 보게 되었다.

이런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병원진료에서 내시경을 통하여 만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거나 또는 별다른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신경성이라는 설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이 바로 기능성 위장장애다. 상부위장관의 기능성 장애를 소화불량이라고 표현하고 하부위장관의 기능성 장애를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요즘 이러한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우리의 식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류 역사상 요즘처럼 먹거리가 풍부했던 시대가 있었을까? 과거보다 양적, 질적으로 잘 먹는 만큼 영양상태 또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아져 과거에는 못 먹어서 병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기, 과일, 곡물, 채소 등의 음식들을 성분에 따라 단백질, 탄수화물, 섬유질, 무기질, 지방, 미네랄 등으로 나눠보지만 사람들마다 체질과 특성이 달라 돼지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고 닭고기를 먹으면 속이 편한 사람이 있고, 찹쌀로 지은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면서 보리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하면 음식에는 성분이라고 하는 기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라는 기준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는 방법이 한의학적 방법이다. 즉 열성(熱性) 음식이 있고 한성(寒性) 음식이 있다. 더 세분하면 온성(溫性) 음식이 있고 량성(凉性) 음식이 있다. 이것이 한약의 효능을 설명할 때 표현하는 사기오미(四氣五味) 중 사기(四氣)이다.

차갑게 먹어도 속에 들어가면 열을 내는 것이 열성음식이며, 약간 따뜻한 정도의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 온성음식이다. 또한 뜨겁게 먹어도 먹고 나면 차갑게 작용하는 것이 한성음식이며, 약간 서늘하게 작용하는 것이 량성음식이다.

내 몸이 열이 많은 체질이거나 스트레스로 열 받아있는 상태라면 열성 음식을 먹고 편안할까? 원래 냉한 체질이거나 과로로 기운이 없고 냉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차가운 음식을 먹고 기운이 나고 몸이 건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이 오래되고 심한 경우라면 그 작용의 정도가 약한 음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치료에는 한약의 강한 성질이 요구된다. 현등한의원(강남구 도곡동 소재)에서는 이와같은 온열량한(溫熱凉寒)의 성질을 이용한 치료법과 식이요법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병증의 발생에 체질적인 요인이 강하다면 환자는 일정기간 동안 체질에 적합한 한약을 복용하여 치료해야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체질에 맞춘 음식을 섭취한다면 보다 빨리 증상을 개선시키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더불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 한방내과 전문의 / 한의학 박사 현등한의원 박세기 대표원장